[환경포커스=제주] 제주도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섬을 목표로 야심 찬 도전에 나섰다. 단순한 자원 순환을 넘어 관광지의 구조적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관광과 순환경제’를 주제로 정책과 현장의 접점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정책적 비전과 현장의 시행착오,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흐름이었다.
제주는 연간 관광객 1,500만 명 시대에 접어들며 환경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제주도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제로섬’ 비전을 설정하고, 다회용컵 활성화, 친환경 포장재 개발, 일회용품 감축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회용컵 실험, 성과와 한계 64개소 회수함, 회수율 65% 돌파
다회용컵 회수함이 설치된 공항과 시내 주요 지점이었다. 현재 제주도 전역에 64개소의 회수함이 설치되어 있으며, 연간 약 120만 개의 다회용컵 사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초기 회수율은 40% 수준에 머물렀으나, 캠페인과 인식 개선 노력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65%까지 상승했다. “향후 회수율을 8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플라스틱 프리 문화가 특정 행사나 이벤트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일부 반납 거부, 분실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회수함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서는 회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는 향후 회수 인프라 확대와 사용자 편의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친환경 포장재 개발, 제주형 순환경제 시도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 과장은 “기존 관광 기념품이나 식품 포장재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생산비용 문제는 있지만 소비자 인식 변화가 빨라지고 있어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지속가능 관광을 위한 친환경 소재 활용은 앞으로 관광객 체류 경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시 구도심의 일회용컵 없는 카페 거리였다. 이 구역에서는 카페들이 자율협약을 통해 일회용컵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시 반드시 다회용컵을 이용하거나 매장에서 머그잔을 사용해야 한다. 초기에는 운영상 혼란과 일부 고객 반발도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카페 이용자들의 수용성이 높아졌다.
카페 운영자는 “관광객들이 오히려 ‘제주답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플라스틱 제로섬 정책이 관광 체험과 연결되며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사례로 주목된다.
정책적 성과와 향후 과제 행정·기업·시민 협업의 구조적 진화
제주의 ‘2040 플라스틱 제로섬’ 정책은 단순한 규제나 캠페인 차원을 넘어 행정-기업-시민 사회의 협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 공항, 친환경 숙박업소 인증제, 관광사업체 친환경 인증 등 다양한 제도적 기반도 확대 중이다.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 과장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정책이 아니라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정책이 지속가능하고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회용컵 세척 인프라 확충, 중소사업자 지원 확대, 플라스틱 대체소재의 경제성 확보, 관광객 대상 홍보 강화 등이 남은 과제다. 특히 제주 내 관광업계 전반에서 친환경 시스템 도입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 체계 보완이 요구된다.
제주가 단지 폐기물 관리 수준에서 벗어나 지역경제-관광-환경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관광지 모델로서 제주형 플라스틱 제로섬 전략은 전국은 물론, 글로벌 섬 관광지에까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섬’에서 시작되는 전환의 실험 제주는 그런 미래로 나아가는 실험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앞으로 이 실험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