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예천] 경북 예천 산자락 깊은 곳에 자리한 예천양수발전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산중 댐 시설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하 수백 미터 공간에서는 대한민국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전력 저장 시스템이 쉼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양수발전은 일반적인 수력발전과는 구조부터 다르다. 자연적으로 흐르는 강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 남는 전기로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 뒤 전력이 필요한 순간 다시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전기를 물의 위치에너지 형태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즉시 꺼내 쓰는 ‘거대한 물 배터리’에 가깝다. 한국수력원자력 예천양수발전소는 총 설비용량 800MW 규모로 400MW급 발전기 2기를 운영하고 있다. 상부댐과 하부댐의 낙차는 484m에 달하며, 국내 수력양수 설비용량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기자단은 지하발전소 내부를 직접 둘러봤다. 발전소 내부는 거대한 암반을 뚫어 만든 지하 공간이었다. 발전기와 수차를 연결하는 대형 샤프트축, 송전 전압으로 승압하는 주변압기, 지하 깊숙이 연결된 수로터널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지하발전소를 암반
[환경포커스=안동] 경북 안동시 임하면.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착한 임하댐 수면 위에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잔잔한 물 위로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형상의 태양광 모듈이 떠 있다. 단순한 발전시설이라기보다 하나의 상징물에 가깝다. 국내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중 하나인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총 설비용량 47.2MW 규모다. 축구장 약 74개에 달하는 52만㎡ 수면 위에 총 16개 블록, 8만7480개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됐다. 연간 발전량은 약 6만1670MWh로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규모보다 ‘방식’이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국내 1호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도하고,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 시행했다. 특히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구조를 도입해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현장 관계자는 “반경 1km 이내 33개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약 4300명이 혜택 대상”이라며 “20년간 총 222억 원 규모의 지원이 지역에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참여 방식도 현실적인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초기
[환경포커스=순천] 여수에서 녹색전환(GX)의 방향이 논의된 다음 날, 순천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회의장과 발표장이 아닌, 바람이 스치는 갈대밭 사이에서였다. 순천만 습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물과 갯벌, 갈대가 이어지는 풍경은 이미 여러 차례 사진과 영상으로 접해온 곳이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최소화되어 있었고, 자연이 스스로 숨 쉬고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 가운데 한편에서는 ‘새갈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선 표현이었다. 새로 심는 갈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의미가 분명해졌다. 이는 봄철 새순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난해 갈대를 베어내는 작업으로, 순천만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전통적인 생태 관리 방식이다. 갈대를 제거하는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햇빛과 공간을 확보해 새순의 생장을 돕고, 동시에 탐방로 주변 환경을 정비해 생태계와 사람의 공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환경포커스=여수]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금호석유화학 제2에너지 사업장. 거대한 보일러 설비와 굴뚝 사이, 배관과 탑 구조물이 촘촘히 얽혀 있는 공간에 최근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곳이 바로 탄소를 ‘잡고, 다시 쓰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설비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글로벌 기후행사 일정 중 진행된 이번 현장 방문은, 탄소중립이 선언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굴뚝으로 보내기 전, CO₂만 따로 잡는다” 현장에서 확인된 CCUS 공정의 핵심은 ‘배출 이전 포집’이다. 금호석유화학 설비는 배기가스를 굴뚝으로 보내기 전 별도 공정으로 유도해 이산화탄소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구조를 갖는다. 배출가스 일부를 흡수탑으로 보내면 액상 흡수제가 CO₂와 결합하고, 이후 탈거탑에서 열을 가해 CO₂를 다시 분리한다. 나머지 가스는 다시 굴뚝으로 배출된다. 배출되기 직전 흐름 속에서 CO₂만 골라내는 구조다. 현장에서 설비 설명을 맡은 이용선 여수에너지 발전기술팀장은 “보일러 굴뚝으로 배출되는 가스 중 일부를 별도로 유도해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
[환경포커스=여수] 4월 20일 여수 엑스포에서 열린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현장에서 우고 아스투토(Ugo Astuto)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기후정책과 산업 전략, 에너지 전환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사전 질의서에 대한 설명과 현장 질의응답, 그리고 추가 서면 답변까지 이어지며 EU의 기후 대응 전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아스투토 대사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EU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는 “파리협정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지속적인 이행이 필요하다”며 “기후 대응은 다자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글로벌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과 글로벌 이행 격차 해소가 향후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에 대해 그는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아스투토 대사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외부 충격과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미 전력 소비의 약 4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환경포커스=부산] “미국 물시장은 진입이 쉽지 않다. 그러나 기술이 있다면 기회는 존재한다.” WATER KOREA 2026 현장에서 만난 미국수도협회(AWWA) CEO David LaFrance는 한국 물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번 인터뷰는 전시장에 등장한 다양한 디지털 물관리 기술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과 전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공공조달 중심 구조”…높은 진입 장벽의 현실 LaFrance CEO는 미국 물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공공조달 중심 구조를 꼽았다. “지방정부가 발주와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안정성이 핵심 기준인 시장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물은 공공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기술 도입에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 “20년 걸려도 들어간다”…게임체인저 기술 조건 그는 신기술 도입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체인저, 즉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환경포커스=부산] 물산업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WATER KOREA 2026 현장에서 만난 미국 물환경연합(WEF) 차기회장 Paul J. Schuler는 그 답을 ‘순환’에서 찾았다. 그는 “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자원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자원”이라며 물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발언을 넘어, 전시장 현장에서 확인된 다양한 기술 흐름과 맞물려 물산업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물은 계속 사용된다”…순환 물경제의 핵심 Schuler 차기회장은 물산업의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순환 물경제’를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하수를 고도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은 미래 물산업의 핵심 축으로 꼽혔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도 재이용과 고도처리 기술이 주요 테마로 등장하며, 물의 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기술 하나가 아니라 조합”…시스템 경쟁 시대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