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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부 장관 탈플라스틱 대책이 놓인 재활용 현장의 하루

-정책은 설계됐고, 현장은 그 위에 서 있었다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의 반응이 아직 미지수

[환경포커스=화성] 탈플라스틱은 종이 위에서 보면 명확하다. 원천감량, 설계 전환, 재활용 고도화, 이행 기반 강화. 정책의 언어는 정제돼 있고, 목표 수치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설계도가 놓이는 자리, 즉 실제 공장의 풍경은 문서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컨베이어벨트 위를 흐르는 플라스틱 조각들, 쉼 없이 돌아가는 분쇄기와 세척 설비, 그리고 그 공정을 지켜보는 작업자의 시선은 정책 발표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이번 현장방문은 정부의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이 공개된 직후 이뤄졌다. 정책이 아직 ‘확정’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시점, 현장은 이미 그 설계를 전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전자제품에서 다시 원료로, 닫힌 고리를 향한 시도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씨엔텍코리아’였다. 이곳에서는 폐전자제품에서 분리·회수된 플라스틱을 파쇄하고 세척해 재생원료로 만든다. PP와 ABS 등 전자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다시 전자제품의 부품 원료로 돌아간다. 정책이 말하는 ‘순환경제’가 가장 직접적인 형태로 구현되는 지점이다.

 

공정 자체는 이미 안정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였다. 관계자는 “재생원료를 다시 쓰는 구조는 만들었지만, 그 구조가 항상 유지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가격과 수급이 흔들리면 순환 고리는 언제든 느슨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이 전제하는 ‘재생원료 확대’가 현장에서는 곧바로 ‘시장 안정성’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페트병은 돌아오지만, 수요는 늘 불안정하다

다음으로 방문한 알엠 화성공장은 페트병 재활용의 핵심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압축된 폐페트병은 선별과 분쇄, 세척을 거쳐 플레이크로 만들어지고, 다시 펠릿으로 가공돼 식품용 재생원료로 쓰인다. 정책 문서에서 강조하는 ‘보틀 투 보틀’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현장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는 ‘가격’과 ‘수요’였다. 재생원료는 여전히 신재보다 비싸고, 수요는 제도에 크게 의존한다. “의무 사용 비율이 있으면 돌아가지만, 그 장치가 없으면 시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은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정책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정책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 사이

정부가 제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재활용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장은 그 선언을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컵 가격 표시제, 재생원료 사용 의무, EPR 확대 같은 제도는 공장 안에서 곧바로 ‘수요가 생기느냐, 가격이 맞느냐’라는 질문으로 번역된다.

특히 정책 토론회에서 논의된 컵 가격 표시제와 빨대 제공 방식은, 이곳 현장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장은 정책이 던진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그 신호 하나에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설계도 이후의 풍경

이번 현장 방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반발’이 아니라 ‘대기’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정책을 부정하지도, 무조건 환영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책이 전제하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재활용 현장은 이미 탈플라스틱 사회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 전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정책의 언어가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이제 설계도를 공개한 단계다. 현장은 그 설계도 위에 서서 이미 돌아가고 있다. 정책의 성패는 앞으로, 이 설계가 현장의 공정과 소비자의 선택, 그리고 시장의 가격 구조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이런 공장 안에서 가장 먼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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