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국회] 4일 국회에서 열린 ‘동해안권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강릉 지역 국가재난사태 선포 이후 첫 공식 공론장으로, 단기 비상대응부터 중장기 수원 다변화까지 해법을 집중 논의했다. 각 주체는 지자체 갈등 조정과 데이터 기반 배분, 숨은 수자원 활용을 공통 과제로 제시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강릉 시민이 식수난을 겪는 현실을 “상상하기 어려운 기본권 침해”로 규정하고 정치권의 책임을 사과했다. 반복된 위기를 이번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며, “즉시 실행 가능한 단계적 대책”과 “내년엔 확실히 나아졌다고 체감할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송미영 동국대 교수는 ‘한강유역의 물 이용 현황과 관리방안’ 발표에서 한국의 물관리는 ‘자연적 물순환’보다 ‘인공적 물순환’에 치우친 채, 부정확한 데이터와 느슨한 허가 관행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송미영 동국대 교수는 “허가량의 절반만 실제로 쓰이거나, 반대로 허가량을 초과해 사용하는 곳이 공존하는데도 장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전만식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해안지역의 물부족 문제와 과제’에서 “강원도 동해안은 20여 년 전부터 물 부족 위험이 경고돼 왔으나, 수도권 중심의 물관리 체계 속에서 늘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권지향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제한 급수로 시민 불편이 커진 점을 유감스럽다고 밝히면서 가뭄 대응의 안일함을 경계하며, 상수 공급망의 취약지 진단과 선제적 지원 체계 고도화를 촉구를 제시했다.
권창섭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장은 도암댐 정상 운영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축산·공사·생활하수 저감과 처리시설 확충으로 수질이 개선됐고, 하천수 기준 연중 2급수 이내 수준의 물을 하루 최대 30만 톤 남대천으로 방류 가능하다고 밝혔다. 선택취수탑 운영으로 수온·탁수 민원을 완화하고, 발전 재개 시 홍수 조절·녹조·탁수 대응력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 수용성과 지자체 협의가 전제되며, 설비 재가동엔 최소 24~30개월이 소요된다고 했다.
김명일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장은 오봉 저수지 저수율 14.5%(약 193만 톤), 감압·공급량 조절로 약 20일분이 남은 위기 상황을 공유했다. 선제적 제한급수·하천굴착·간이양수로 600만 톤 이상 절감했으나, 생활용수 의존이 구조적으로 과도해 연평균 공급량(약 5천만 톤)이 유효 저수량(약 1,430만 톤)의 3.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상류 식수 전용댐, 하류 이전 저수지, 지하수댐 등 천만 톤+ 대체수원이 필요한 만큼, 시·도 차원의 마스터플랜 수립을 주문했다.
김영남 강릉시의회 의원은 강릉이 이미 “숫자 이상의 재난 국면”이라며 남대천 건천화, 관광·숙박 급증에 비해 수요예측이 뒤처진 점을 꼬집었다. 도암댐 활용의 금기 인식 전환, 비상시 ‘해수담수화(인근 발전소 냉각수 60만 톤/일 활용)’의 광역화 검토를 제안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수리권 갈등 조정과 신속한 예산 집행을 촉구했다.
유영권 한국수자원공사 박사는 당장 효과를 볼 4대 패키지를 제안했다. ① 노후 상수관 정비로 누수율 23.3%를 낮춰 2만4천 톤/일 상수 확보, ② ‘지하수저류댐(영동 4개 후보: 영북·남대천 상·하류, 옥계천)’로 3.5~4만 톤/일 확보, ③ 대용량 지하수 개발(피압대수층 적극 발굴), ④ KTX 장대터널 지하 유출수 집수 후 정수장 연계 공급. 이 조합만으로도 5만 톤/일 이상의 안정 수원을 단·중기에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형섭 환경부 물이용정책과장은 생활·공업·농업용수 분담 체계와 가뭄 대응 현황을 설명하며, 영북 지하수저류댐(1.8만 톤/일, 2027년 준공), 남대천·옥계천 추가 저류댐(설계 착수) 등 중기 확충계획을 소개했다. 대용량 담수화·댐 신설은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도암댐의 탄력적 활용과 시민 참여형 수질 점검을 병행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전경수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강릉의 장기 강수량은 전국 평균 이상이지만 2025년은 50년 내 최저급으로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산업단지 조성에 용수 수요·공급 계획 의무화와 승인 전 물관리 적합성 심사를 요구했다. 단기 가용수로는 도암댐이 가장 근접한 대안이므로, 2년 내 기술·사회적 합의를 이룰 거버넌스 가동을 주문했다.
허우명 강원대학교 그린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4년간의 도암댐 논쟁을 돌아보며, 과거 오염 프레임이 현재 수질 개선 현실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암댐 방류가 오봉댐 원수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별도 수로라는 구조적 사실을 환기하며, 중앙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로 지자체 갈등을 조정하고 도암댐을 비상·상시 복합원수로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토론회는 숨은 수자원(지하 유출수·지하수저류댐), 기존 인프라의 재해석(도암댐·누수 저감), ‘장기 대안(담수화·신규댐)’을 병행하는 다층 해법에 방점을 찍었다. 실행을 가르는 관건은 갈등 조정과 시민 수용성,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단계별 로드맵이다. 이번 국회 논의가 “올해보다 내년이 확실히 낫다”는 체감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