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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

상수도 통합, 다시 꺼내든 이유…“문제는 규모가 아닌 구조다”

-20년 논의 반복 속 격차만 확대, 기후위기·지방소멸 속 통합 불가피
-요금·재정·인력 얽힌 복합 과제…“통합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환경포커스=서울] 4월 30일 서울역 상연재에서 열린 ‘제1차 상수도 통합 특별 포럼’은 오랜 기간 반복돼온 논의를 다시 꺼내든 자리였다. 단순한 학술행사를 넘어, 상수도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정책 방향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은 “상수도 통합은 오랫동안 논의됐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던 과제”라며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상수도는 단순한 수질 문제가 아니라 취수원, 지역 간 이해관계, 재정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합 정책 영역”이라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규모 체계의 한계…이미 감당 범위 넘어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상수도 체계가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 인력으로 정수장을 운영하는 등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간 격차는 심각하다. 수도 생산원가가 700원 수준인 대도시와 달리 일부 군 단위 지역은 3000원을 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동일한 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크게 다른 상황이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인력 축소,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소규모 수도사업자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 교수는 “이제는 개별 지자체 단위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의 본질은 ‘재정 구조’…규모보다 설계 문제

안종호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합 논의의 핵심을 ‘재정 구조’에서 찾았다.

 

현재 상수도는 세금 중심으로 운영되며 요금은 실제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다. 그는 이를 “부모가 집을 지어주고 자식은 관리비만 내는 구조”라고 표현하며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통합은 단순히 조직을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회수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재정 구조 개편 없이 통합만 추진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복된 시도와 좌초…현실의 벽은 ‘요금과 재정’

국내에서도 제주, 창원, 청주 등 일부 통합 사례가 존재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충남 서부권 7개 시군 통합 역시 실무협의체 구성과 MOU 체결까지 진행됐지만, 재정 지원과 제도 기반 부족으로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통합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은 명확하다. 요금 조정 문제, 재정 부담 구조, 지자체 간 이해관계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해결되지 않으면 통합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합만으로는 안 된다”…현장이 지적한 한계

토론에서는 통합 효과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시각이 제시됐다. 백광인 서울시 아리수본부 급수부장은 서울시 사례는 통합 이후 유수율 개선과 인력 효율화 성과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대규모 투자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요금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통합 과정에서 요금을 낮추면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평균화하면 일부 지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도통합 이후 요금이 상승한 사례가 확인되며 ‘규모의 경제’에 대한 단순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유병훈 사무관은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요금 인상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국민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은 당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토론의 핵심 지적

토론의 마지막 발언에 나선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한계를 짚었다. 그는 “수도 정책은 정부 내에서도 점차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있고, 국민적 관심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합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효과는 대규모 투자에 의해 좌우된다”며 “통합과 함께 재정 투자와 구조 개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대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 간 이해관계로 자발적 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를 이끌 정책적 유인과 추진 동력이 마련되지 않으면 통합은 반복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형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행정은 연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정책이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학회와 같은 공간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수도 통합은 단기간에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과제”라며 “이번 포럼을 출발점으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이며 이날 포럼은 마무리됐다. <상세게재 환경포커스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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