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포커스=세종] 나프타 수급 불안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정부가 탈플라스틱 전환 청사진을 다시 꺼내 들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월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하며, 원천 감량과 재생원료 확대를 축으로 한 구조 전환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기대보다 냉정하다. 방향 자체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정책의 실질적 변화 폭과 실행 설계 측면에서는 “지난해 발표된 초안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줄이고, 불가피한 폐자원은 재생원료로 되돌려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 사용을 30% 감축하고, 재생원료 활용을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재활용이 어렵거나 다른 품목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포장재에 대해서는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의류·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에도 ‘한국형 에코디자인’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책 방향만 놓고 보면 ‘생산 단계 규제’로의 전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이번 대책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 ‘확대’와 ‘전환’은 대부분 기존 제도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생원료 사용 의무다. 현재 페트병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화돼 있으나, 적용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자에 한정돼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해당 제도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고 기준도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 기준선, 시행 시점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의 확대 수준에 머물러 정책 체감도가 낮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생산 규모 기준 완화나 중소 사업자 포함 여부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정책 수단 역시 ‘권고 중심’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장례식장·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다회용기 전환, 카페·음식점의 플라스틱 감량 등은 이번 대책에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지만, 여전히 자발적 협약과 재정 지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규제와 경제적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시민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그린피스는 이번 대책에 대해 “권고와 자율 중심 정책으로는 시장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고 평가하며, 규제 도입과 경제적 유인, 법적 의무화 등 강제력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감축 목표를 전망치 대비가 아닌 절대량 기준으로 전환하고, 소각 중심의 정책 구조에서 벗어나 물질 재활용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회용품 규제 복원과 다회용기 사용 의무화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단순한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는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이번 대책은 방향과 필요성에서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실행 설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나프타 대란은 단순한 원자재 가격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얼마나 플라스틱 기반 구조에 의존해 왔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권고를 넘어선 규제 설계, 산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경제적 유인, 그리고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일정이다. 탈플라스틱 전환이 선언에 머무를지,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결국 이 실행 단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탈플라스틱, 순환경제, 나프타 대란, 재생원료, 페트병 의무화, 에코디자인, 플라스틱 규제, 다회용기, 일회용품 규제, 자원순환 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