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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초대석/천일에너지 박상원 대표/ 생활폐기물의 끝을 묻다

-자영업자 폐업에서 시작된 폐기물, 자원순환경제는 현장에서 작동 구조
-수직계열화·데이터·공공성… 정부 순환경제 기조와 만난 한 기업의 실험

[환경포커스=서울] 자영업자 폐업이 늘고 있다. 가게 문을 닫는 순간, 인테리어 철거와 함께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집기와 마감재, 잔재물은 순식간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만, 그 이후의 경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생활폐기물’이지만, 실제 관리 체계에서는 가장 취약한 영역에 놓여 있다.

 

정부는 자원순환경제를 국정 기조로 내세우며 재활용률 제고와 불법 폐기물 근절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언과 달리 현장은 복잡하다. 생활폐기물 관리 권한이 기초지자체로 이관된 이후, 급증하는 물량을 감당할 행정 역량과 인력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간극에서 불법과 편법은 반복된다.

 

“한 단계만 맡아서는,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이 구조적 틈을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메우려는 시도가 있다. 폐기물의 앞단과 뒷단을 나누지 않고, 배출부터 최종 처리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방식이다. ‘천일에너지’의 박상원 대표는 폐기물 산업의 문제를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진단한다.

 

“폐기물은 수집·운반, 집하, 중간처리, 최종처리로 나뉩니다. 대부분은 한 단계만 맡아도 사업은 됩니다. 그래서 아무도 앞단으로 가지 않았고, 그 지점에서 불법이 생겼습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한 단계만 담당하는 분절된 구조에서는 폐기물의 이동 경로가 끊기고,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 단절을 없애기 위해 수집·운반부터 집하, 파쇄,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이는 비용 효율을 넘어, 불법이 개입할 여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관리 책임은 있지만, 관리할 수 없는 구조

최근 이 회사를 취재한 배경에는 자영업자 폐업 증가가 있다. 성수동 등 도심 상권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인테리어 철거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건설폐기물과 유사하지만, 5톤 미만일 경우 ‘공사장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기초지자체의 책임이지만, 현실에서는 관리 공백이 생기기 쉽다. 박 대표는 “서울·경기·인천에 하루 8천 대의 차량이 돌아다닌다”며 “이 물량이 며칠만 쌓여도 여의도 면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불법 폐기물 사태 역시 어디선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각지대의 누적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원순환경제는 왜 현장에서 멈추는가

정부는 자원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순환자원 시장의 투명성 강화와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폐기물 영역에서는 여전히 제도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 정책은 ‘순환’을 말하지만, 현장은 ‘추적’을 요구한다.

 

무엇이 얼마나 배출됐고, 어디로 이동했으며,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연결되지 않는 한, 순환은 작동하기 어렵다. 생활폐기물 관리 권한의 지방 이관 이후, 이러한 데이터 단절은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추지 않는 구조가 순환을 만든다

“몇 대가 들어왔고, 어떤 성상이었으며, 어디로 갔는지를 감추지만 않으면 다 나옵니다.”

박 대표의 해법은 단순하다. 모든 수집 차량에 GPS를 장착하고, 전자 인계서와 ERP 시스템을 통해 폐기물의 이동과 처리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폐기물은 성상별로 분리돼 재활용된다. 폐목재는 파쇄돼 우드칩 형태의 Bio-SRF로 전환되고, 이는 발전소 연료로 사용된다. 폐콘크리트는 순환골재로, 폐합성수지는 시멘트 원료로 각각 재투입된다.

 

자영업자 폐업에서 시작된 폐기물이 다시 열과 전기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자원순환경제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방식에 가깝다.

 

구조를 증명하는 회사의 모습

이러한 흐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인프라가 있다. 천일에너지는 수집·운반, 집하, 파쇄, 에너지화에 이르는 전 과정의 시설과 인허가를 단계별로 구축해 왔다. 전국 단위의 집하 거점과 파쇄 시설, 그리고 에너지화 설비는 폐기물의 이동을 한 흐름으로 묶는 기반이 된다.

 

중요한 점은 이 인프라가 ‘확장’보다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수집 단계에서 확보된 정보는 처리 단계까지 이어지고, 처리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환류된다. 회사의 규모나 처리량을 강조하기보다, 폐기물이 어디에서 발생해 어떻게 자원으로 전환되는지를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이 기업의 정체성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회사 소개는 홍보가 아니라, 앞서 제기된 문제의 해답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가 된다.

사례가 정책을 검증하다

이 구조는 개별 기업의 사업 모델을 넘어, 자원순환경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생활폐기물과 공사장 생활폐기물이라는 제도적 경계 속에서 관리되지 않던 물량이, 수집·운반부터 선별과 에너지화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재활용률과 처리 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거 폐기물은 그동안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배출 단계부터 처리 결과까지를 데이터로 남기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불법 처리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다. 순환경제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장 단위의 실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폐기물 인프라는 공공성의 문제다

폐목재의 에너지화는 에너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 소각이나 매립이 아닌, 국내에서 발생한 자원을 국내에서 활용함으로써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자원순환을 넘어 에너지 전환과 지역 기반 순환경제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박 대표는 “폐기물과 수처리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라며 “해외 자본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 결국 비용 상승은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투명한 데이터와 적법 처리를 통해 국내 자본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원순환경제는 기술이나 예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폐기물의 시작과 끝을 잇는 구조, 그리고 그 과정을 숨기지 않는 데이터가 전제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자영업자 폐업이라는 사회적 문제에서 출발한 폐기물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려는 이 사례는, 순환경제가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다시 움직여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묻고 있다. 자원순환경제는 선언이 아니라, 폐기물의 시작과 끝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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