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서울] 서울공예박물관이 오는 8월 26일 화요일부터 11월 23일 일요일까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물질-실천>을 개최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버려진 폐기물과 자연물, 도자·유리·금속 등의 공예재료, 디지털 정보기술 개념까지 아우르는 국내외 작가 20명의 작품 92건을 선보인다. 독일, 슬로바이카, 미국, 뉴질랜드 등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가 함께 참여해 전통 재료가 아닌 새로운 ‘물질’로 작품을 만드는 작업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는 ▲재의 재구성 ▲원시적 창조 ▲유동하는 물질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재의 재구성’에서는 버려지는 물질들을 예술적 자원으로 전환한 작품들을 만난다. 두 번째 ‘원시적 창조’에서는 자연과 협업하는 작업들을, 세 번 ‘유동하는 물질’에서는 물질과 정보를 대등한 위계로 놓고 실험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각 주제를 모두 둘러보면 물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일상에서 버려지는 물질들을 예술로 탈바꿈시킨 작업들이다. 김시내 작가는 인간의 배설물을 유약으로 활용해 도자기를 제작한 <This is Urine>으로 관람객에게 충격과 함께 환경에 대한 성찰을 던진다. 이우재 작가의 <Paper Bricks>는 폐신문을 벽돌 모양으로 재가공해 실제 건축 소재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해양 쓰레기와 버려진 공병을 활용한 이해선, 박선민 작가의 작품들도 기후 위기에 대한 예술적 해법을 제시한다.
자연과 협업하는 독특한 작업들도 주목할 만 하다. 네덜란드 작가 디아나 셰러는 식물 뿌리를 직물처럼 성장시키고, 슬로바키아 작가 토마스 리베르티니는 꿀벌과 함께 조각 작품을 완성한다. 독일 작가 마르쿠스 카이저는 사막 모래와 태양광만으로 3D 프린팅을 시도하는 등 자연의 힘을 창작 과정에 직접 불러온다.
첨단 기술과 전통 공예의 만남도 흥미롭다. 국내 작가 그룹 ‘알오에스(ROS)’는 전국의 흙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도자 소재를 실험하고, 정진원·안성모는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도자기 조각의 정보를 디지털로 분석해 과거의 도자기를 현대 기술로 복원한다.
이번 <물질-실천> 전시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했다. 매월 1회씩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창작 과정을 설명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리고, 매월 첫째 주 금요일 밤에는 서울시 야간문화 프로그램 ‘문화로 야금야금(夜金)’과 연계하여,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혜림 학예사가 진행하는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프로그램 정보는 서울공예박물관 누리집(craftmuseum.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현대공예 특별기획전 《물질-실천》은 환경 위기와 자원의 고갈, 기술 의존의 심화로 상징되는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물질과 기술이 서로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지속가능한 제작문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국내외 작가들의 창의적 실험을 통해 물질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가능성을 직접 체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