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나무가 식재된 해안사구가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침식에 되레 더 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 이하 ‘과학원’)은 충남~전북 일대 해안사구 52개소를 2010년부터 추적 조사한 결과, 사구의 경관유형에 따라 침식정도가 다르게 나타났으며 특히, 인위적으로 조성된 해안림이 침식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27일 밝혔다.
과학원이 조사대상 사구들을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통과 후 침식정도에 따라 분류한 결과, ‘강한 피해’를 입은 곳이 5개소(9.6%), ‘중간정도’ 6개소(11.5%), ‘약한피해’ 21개소(40.4%), ‘피해없음’ 20개소(38.5%)였다.
강한 침식을 받은 지역은 인공구조물이 설치됐거나 초본지역이 좁았던 곳으로, 모두 해안림이 과도하게 조성된 사구들이었다.
또한, 피해를 입은 곳 중 대부분이 겨울철이 지나고 회복됐으나, 강한 침식을 받은 곳(곰솔을 심은 사구)은 이후에도 후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사구 중 일부 초본지역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복구되어가는 반면, 해안림이 조성된 곳은 침식 등의 피해 여파가 이어지며 후퇴를 계속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사구에 주로 심어 재배하는 ‘곰솔’이 키(약 10~15m)에 비해 뿌리깊이(약 2~3m)가 얕아, 강한 바람에 잘 부러지고 쓰러져 사구의 침식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모래가 퇴적되어 복원되는 기간에도 곰솔림이 조성된 사구는 풍속이 줄면서 모래가 쌓이지 않았다.
같은 해안사구에서 곰솔림 전면부의 연평균 풍속(1.08 m/s)은 초본지역(2.40 m/s)에 비해 약 45%에 불과했으며, 모래를 이동시킬만한 유효풍의 비율은 약 17%로 감소했다.
충남 서천군 다사리 사구의 경우, 모래가 쌓이지 않아서 지난 2년 동안 최대 5 m의 해안선이 후퇴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해안사구나 해안림은 모두 자연재해 피해를 줄여주는 경관이지만, 사구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재해를 견디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자연방파제인 해안사구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식재 대신에 사구의 자연성을 높여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자연방파제 기능을 하는 해안사구는 보호가치가 매우 높다”며 “효과적인 사구보전을 위해서는 무리한 해안림 조성보다 자연식생을 회복시키는 등 사구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