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다양한 종의 나방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입증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 이하 ‘과학원’)은 목포대학교(최세웅 교수 연구팀)와 공동으로 지리산 나방 모니터링 결과, 국내 미기록종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전체 나방의 72%에 달하는 1,376종이 지리산에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과학원은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으로 2005년부터 5년 동안 매년 지리산 9개 지점에서 실시한 지리산 나방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해 ‘지리산 국가장기생태연구 조사지의 나방 다양성과 분포’(이하 ‘나방 다양성과 분포’)를 발간했다.
과학원이 공개한 ‘나방 다양성과 분포’에 따르면, 과학원은 이 연구를 통해 지리산에서 5년 동안 채집․확인한 950종을 포함해 총 1,376종의 나방이 지리산에 서식함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분포는 기존에 보고된 1,011종보다 365종을 추가로 발굴한 것으로, 우리나라(휴전선이남 기준)에 분포하는 전체 나방 수 1,919종의 72%에 달한다.
또한, 과학원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젓나무나방, 톱니띠재주나방, 등붉은뒷흰불나방, 넓은띠담흑수염나방 등의 분포와 생태를 지리산 고지대에서 확인했다.
북한에만 분포한다고 알려진 젓나무나방, 극동러시아 및 일본에 분포한다고 알려진 톱니띠재주나방, 등붉은뒷흰불나방 등이 1,300m 이상 고지대의 구상나무림과 신갈나무림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넓은띠담흑수염나방은 연구를 실시한 2005년부터 5년간 가장 많은 수인 3,000개체 이상을 지리산에서 채집했으며, 이 역시 고산지대에 많이 분포했다.
넓은띠담흑수염나방의 애벌레는 썩은 잎을 분해하는 곰팡이를 먹어 고산지역에서 생태계 순환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종으로, 기후변화로 썩은 잎의 순환이 변화하면 이 종의 서식처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원은 지리산의 높은 종다양성이 440㎢의 넓은 면적과 1,915m의 높은 고도로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동서로 뻗어있는 지형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지리산의 고지대는 젓나무나방 등 그동안 국내에 기록되지 않았던 나방의 종들이 서식하는 유일한 곳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서식지를 잃을 경우 이 나방들의 국내 멸종 가능성이 우려돼 보호가 시급하다.
과학원 관계자는 “나방은 먹이식물과 서식 환경에 따라 종의 분포와 서식밀도가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후변화 및 환경변화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방 다양성과 분포’가 한반도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기후 및 환경변화의 평가와 예측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