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국회] 2025년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정부는 2018년 대비 하한 50% 또는 53%~상한 60%의 범위형 목표안을 공개했다. 주요 수단과 부문별 전환 방향은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관이 발표했으며, 재생에너지 주력화·산업 전환·수송 전동화·건물 전기화·정의로운 전환·녹색금융(KGX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공청회 인사말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430ppm을 넘어섰고, 지금 속도라면 2030년대 초에는 450ppm, 지구 평균기온도 2℃ 상승에 도달할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밝혔다. 그는 “선택의 시간은 지났다.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며, 2035년 NDC는 숫자보다 실행 가능한 책임 목표를 세우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정쟁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며, 특히 2035년 NDC는 단지 목표선언이 아니라 산업·재정·사회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 약속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현실성과 도전성을 함께 고려해 범위형 목표를 논의하는 만큼, 국회도 입법·예산으로 뒷받침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는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관이 맡았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50% 또는 53%에서 최대 60%까지 감축하는 ‘범위형 목표’라며, “하한은 현재 기술과 정책 여건에서 실현 가능한 수준이고, 상한은 기술혁신과 국제 협력을 전제로 한 도전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단일 수치 대신 범위형으로 제시한 것은 목표를 유연하게 설정하되,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오 정책관은 2030년까지 약 1억 8천만 톤, 2035년까지는 추가로 1억~1억 7천만 톤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 온실가스 통계 기준이 1996년 지침에서 2006년 지침으로 바뀌면서 기준 배출량이 약 5천만 톤 증가해 숫자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숫자의 높고 낮음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줄인 양, 즉 순배출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수송 전동화, 건물 전기화, 정의로운 전환, 전환금융 등을 모두 아우르는 ‘KGX(한국형 녹색전환) 비전’을 공개했다. 전력 분야는 석탄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전환하고, 전력망 확충과 ESS, 분산형 전원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다. 산업 분야는 특히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에서 수소 기반 제철, 전기로 전환, 공정 효율 개선 등을 추진하며,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환금융·세제 지원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수송 부문은 2030년 신규 차량의 40%, 2035년에는 70%를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한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충전 인프라 품질 향상과 관리·A/S 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된다. 건물 부문은 가정과 상업용 난방을 도시가스 중심에서 전기 기반으로 바꾸고, 히트펌프 보급과 공공 건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를 확대한다. 아울러 석탄발전 축소나 내연기관 퇴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경제 충격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기금과 직업전환 지원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오 정책관은 “이번 목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계획”이라며 “2030년 목표를 제대로 이행해야 2035년 상향 목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UN에 제출할 예정이다.
토론에서는 각계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1.5도 경로에 부합하려면 61~65% 수준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계는 48%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수소와 전력 인프라 등 국가 차원의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법학계는 범위형 목표가 법 운용상 혼선을 야기 할 가능성을 지적했고, 금융권은 전환금융의 정의와 정보공개, 배출권 가격 신호 확립이 민간자본 유입의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향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UN에 제출하고, 2030 목표 이행 상황을 기반으로 2035 목표의 상향 달성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이 ‘숫자 경쟁’이 아닌 ‘실행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일영 정책관이 말한 대로 “하한은 현실성, 상한은 도전성”이라는 말이 2035 NDC의 핵심을 압축한다. 결국 남은 과제는 이 범위 속에서 실질적 이행력을 확보하고, 전환금융과 정의로운 전환으로 그 무게를 균형 있게 지탱하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가 처음으로 ‘범위형 NDC’를 공식 제안한 자리였다. 수치의 높고 낮음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신뢰성과 이행력이다. 하한선이 현실을, 상한선이 도전을 상징한다면, 그 사이의 폭은 사회적 합의와 기술혁신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시민사회, 금융이 함께 참여해 이 범위를 실제 감축 성과로 바꾸는 것이 2035년 NDC의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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