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획연재ㅣ 지속가능발전 우수사례 8

2018.12.29 12:13:19

제주도지속협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상
빗물이 모여 초록을 피우다
주말농장 ‘생명텃밭’ 이야기

 

[환경포커스=단독] 제19회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가 2017년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에서 출발하여 생태문화도시를 넘어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울산광역시에서 개최되었다. 1999년에 시작하여 19회 대회인 금번 대회는 2박 3일 동안 연인원 6천여명의 각계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지역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그 1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주관하고, 환경부와 울산광역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발전공모전에서 수상한 지속가능발전 우수사례 발표, 기념식, 기조강연, 환영만찬, 주제별 컨퍼런스, 원탁회의, 산업생태탐방, 네트워크 파티, 폐막식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개최된 기념식에서는 어린이합창단 공연, 2017 지속가능발전대상 시상,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를 상징하는 깃발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이루어졌다.

2017 지속가능발전대상 시상식에서는 대통령상(전주지속협), 국무총리상(경상남도, 충북지속협), 환경부장관상(서울도봉구, 전북지속협, 화성지속협),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상(울산시/울산마을기업지원단, 제주도지속협, 아산지속협, 인천남구지속협) 등 10개 부문을 시상하였다.

이에 본지는 대상을 비롯한 최우수상 등의 수상내역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사업목적 및 배경

 

지속가능한 제주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명텃밭 이야기

 

최근 제주에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고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잇따르면서 우영밭, 자투리땅 등 도심 속 녹지공간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지하수 사용량이 급증한 반면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어 지하수 함양률이 감소함에 따라 지하수 고갈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 제주어로 ‘우영’(우영밭)은 집 주위를 두르고 있는 텃밭을 뜻하며, 채소를 심어 매일 필요한 부식을 공급받는 공간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제주 고유의 생활 문화를 담고 있다.)

제주 우영밭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주민 참여형 빗물활용 주말농장을 운영함으로써 건강한 삶, 바른 먹을거리, 환경문제, 녹지 보전, 더불어 사는 공동체, 심리 안정, 자원순환, 생태교육 등 다양한 의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주 사회를 실현코자 한다.

 

든 것은 땅으로부터, 농업으로 돌아가자

 

농업에 대한 생태·환경적 가치, 교육·문화적 기능,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형태로 도시농업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도시환경 녹색 공간 조성 및 자연 친화적 도시 농업의 필요성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여 왔다. 자연이 주는 정직한 먹을거리, 자연과 함께하는 삶, 이웃과 함께하는 텃밭 공간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자 힘써왔던 그 즈음 땅을 살리는 일과 내 몸을 살리기 위한 실천적 사업을 전개하고자 친환경 주말농장 생명텃밭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주말농장이 빗물을 만나기까지...

 

2003년 친환경 농업 체험 도·농교류에서 시작된 주말농장 운영 사업은 그로부터 딱 10년 후 2013년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자투리땅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농장부지에 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2014년 상장텃밭 보급 사업으로 전환하여 진행하였다. 그 후 어렵사리 도심권에 땅을 얻게 되었고 2015년 제주시 영평동에 주말농장을 재개장하게 된다. 주말농장을 다시 운영하게 되면서 경제환경분과에서 빗물을 재사용하여 농장을 가꿔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분과위원 및 참여가구를 주축으로 빗물 컨테이너 설치 작업이 시작되었다.

 

2.

사업내용

1년 농사의 시작 - 함께 뒤집고 갈고 뿌리고!

 

매년 3월부터 4월, 2개월 동안은 앞으로 1년 농사를 짓기 위해 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된다.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400평 정도의 농장부지 땅을 다시 뒤집고 가는 개간 작업, 밭고랑 작업, 천연퇴비 작업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포크레인, 트랙터 등 농기계들이 필수이기 때문에 농사를 업으로 삼으시는 지역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진행하기 힘들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는 지역 어르신들이 잡초와 새싹도 구별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농사를 짓겠다고 하냐며 못마땅해 하셨다. 그러다 한해 두해 서툴고 어설프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제법 농사답게 보이는지 1년 농사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말농장 생명텃밭, 너와 나의 연결고리!

 

주말농장 개간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때 쯤 홈페이지와 언론홍보를 통해 분양 가구를 모집한다. 분양가구가 모집되면 4월 말 개장식을 하고 연중으로 텃밭이 운영된다. 생명텃밭 주말농장은 다음과 같은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만 참여할 수 있다.

 

▶ 환경에 피해 없는 주말농장 : 화학비료, 농약사용, 비닐 멀칭은 안돼요~

▶ 자원순환을 통해 만드는 주말농장 : 수도시설 없이 빗물로 농작물을 가꿔요.

▶ 더불어 함께하는 주말농장 : 텃밭 가꾸기 정보도, 교육도, 수확의 기쁨도 함께!

 

처음에는 여느 주말농장처럼 나만의 5평짜리 공간에 상추며 깻잎이며 작물을 수확하며 먹는 재미가 텃밭을 가꾸는 가장 큰 이유였다면, 해가 거듭 될수록 생명텃밭 본연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1가구 5평, 1단체 10평씩 분양되며 2017년 현재는 46가구(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지역주민, 제주 이주민,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YWCA, 혼디노는디공동육아, 신성여자고등학교 늘푸름이 환경동아리, 디딤돌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연중 농사가 가능한 제주에서의 친환경 농사는 시기별, 계절별, 품목별, 지역별로 생산하는 형태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비록 작은 토지이긴 하지만 주말농장 생명텃밭에도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기에 텃밭 운영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텃밭 가꾸기 시작부터 어떤 작물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왜 제주의 토종씨앗들을 보존해야 하는지, 가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료들로 친환경 살충제·영양제를 만들고, 컨테이너 지붕에 빗물을 모으는 까닭은 무엇인지, 함께 모여 작물을 수확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교육 커리큘럼은 텃밭 참여가구의 요구에 맞춰 진행되며 제주친환경농업학교, 제주씨앗도서관, 한국유기농협회 제주도지부와의 연계하여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도시농업활성화에서 빗물활용으로 - 빗물이 모여 초록을 피우다

 

주말농장 생명텃밭을 운영하면서 제일 고민이 바로 물이었다. 별도의 수도시설이 없는 토지였기 때문에 농작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텃밭 바로 뒤편에 위치해 있는 신성여자고등학교 측에 양해를 얻어 호스로 수도를 끌어와 사용하였다. 신성여자고등학교 환경동아리가 텃밭 가구로 참여하고 있어 수도며 전기며 무언가가 필요할 때마다 흔쾌히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학교 측에 폐를 끼치며 의존할 수 없기에 수자원 자립을 위한 고민이 필요했다.

2016년 2월 경제환경분과회의를 통해 빗물을 활용해 주말농장을 운영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럼 빗물을 어떻게 모을까? 주말농장 내 농기구를 보관하던 낡은 컨테이너 박스 지붕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문 시공사를 불러 작업을 진행할 예산이 없었기에 분과위원님들이 직접 두 팔을 걷고 나섰다.

3일을 꼬박 매달린 끝에 컨테이너 왼쪽 600L, 오른쪽 2ton 크기의 빗물저금통이 만들어졌다. 빗물로만 어떻게 농장을 운영하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주말농장 생명텃밭에는 빗물을 머금은 농작물들이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 이처럼 빗물저금통은 무심코 흘려버린 빗물을 수자원으로 활용해 수돗물의 생산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수도세 요금저감 등에 기여하며 생태적인 에너지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7월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한라마을 작은 도서관에 2호 빗물저금통을 보급하였고 앞으로 행정과 교육청을 연계하여 도내 학교에 빗물저금통 사업을 파급할 계획이다.

 

 

3. 평가과 과제

 

제주 생명텃밭은 2013년부터 5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학교 환경동아리, 지역아동센터, 공동육아단체, 환경·시민단체 등 230여 가구 및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그 중 학생 수만 해도 400여명이 넘는다. 이와 같이 도민들이 땅을 살리고 내 몸을 살리는 생명텃밭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고 환경을 보호하며 청정한 제주를 가꿔가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작은 텃밭을 일궈가는 농업을 경험함으로써 농부와 농촌의 고마움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고 더불어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정서가 싹 트고 있다.

점차 더 많은 도민들이 도시화와 지역 개발의 붐 속에서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뿌리 내리고, 시민적 논의를 확산하기 위한 생명텃밭운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관심과 참여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며 수준 높은 문화시민의 의식 위에 보다 효과적으로 지속가능도시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땅이 말한다.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관리자 기자 ecomr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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