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포커스=수도권]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제브라피쉬 배아’를 활용한 신경발달독성 동물대체시험법이 세계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식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국제표준화를 위한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제브라피쉬 배아를 활용한 신경발달독성 동물대체시험법이 8월 20일부터 OECD 공식 사업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법은 피부자극이나 안자극 등 국소적인 독성 평가를 넘어 생체 내 복잡한 작용을 살펴야 하는 신경발달독성 분야에서 동물대체시험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안한 시험법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8차 OECD 국가시험지침프로그램조정자 작업반(WNT) 회의에서 국제 공동검증연구 추진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신경발달독성과 같은 전신 독성 분야의 동물대체시험법이 OECD 공식 사업으로 채택된 것은 세계 최초다.
시험에 활용되는 제브라피쉬는 몸에 파란색과 은색 줄무늬가 있어 ‘얼룩말물고기’로도 불리는 열대·아열대 민물고기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약 70% 이상 동일하고 배아가 투명해 발생 과정을 관찰하기 쉬워 생명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실험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OECD는 수정 후 120시간 이내의 제브라피쉬 배아를 비동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시기의 배아는 운동이 가능한 치어 단계까지 발달하지만 스스로 먹이를 섭취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험법은 수정된 제브라피쉬 배아를 시험물질에 노출한 뒤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꼬리 감기와 자극 반응, 자유 유영, 뇌를 비롯한 신경조직의 발달 등을 관찰한다. 이를 통해 화학물질이 운동신경과 자극신경, 신경조직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신경발달독성 여부를 평가한다.
기존 신경발달독성 시험은 설치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이 뒤따랐다. OECD 시험지침 No.426에 따른 기존 시험은 한 가지 물질을 평가하는 데 선진국 기준 약 1,000마리의 동물이 희생되고 3년간 약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브라피쉬 배아를 활용하면 약 3개월, 2천만 원 정도로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동물시험과 비교하면 비용은 약 50분의 1로 줄고 독성 탐색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실험동물 사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보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 개체 수와 고통을 최소화하는 ‘3R 원칙’과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시험법을 2031년 OECD 시험지침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 공동검증을 추진한다. 신경발달독성 전문가 그룹과 연계해 시험법의 정확도와 민감도, 재현성을 확인하고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국제표준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시험법이 OECD 시험지침으로 최종 등재될 경우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국제적인 화학물질 독성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특히 화학물질의 독성 여부를 보다 빠르게 선별하면서 동물 희생과 산업계의 시험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의 활용 범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에 개발하는 신경발달독성 동물대체시험법은 국내 유통되고 있는 수만 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 평가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국내외 산업계의 규제 부담을 낮추고 신속하게 화학물질의 독성을 탐색하여 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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