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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후부 기후재난 최전선은 지방하천인데…국가 재정·관리 책임은 ‘공백’

-지방하천 수해 국가하천의 16배…하천재해대책비 실집행률 48.4%
-무공해차·충전망 대규모 불용에 전력망·지역요금제 검증 공방도

 

[환경포커스=국회] 기후위기가 남긴 홍수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가운데 열린 국회 결산 심사에서는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집중되는 수해를 더 이상 지방정부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5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 심사에서는 물 관리와 무공해차 보급, 전력망,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부 주요 사업의 예산 집행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결산 보고에서 2025년 가뭄과 홍수 등 기후재난 대응과 안전한 물 관리를 위해 약 7조4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기후·대기 분야에는 4조9000억원,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에는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기후부의 전체 세출은 예산현액 22조3760억원 가운데 94.9%인 21조2427억원이 집행됐다. 817억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됐으며 1조504억원은 불용 처리됐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높은 집행률과 실제 현장에서 집행된 비율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학영 의원은 하천재해대책비가 정부 회계상으로는 전액 교부됐지만, 전년도 이월액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예산현액 3133억8400만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1424억5900만원에 그쳐 실집행률이 48.4%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방 정비가 필요한 구간은 국가하천 약 606㎞에 비해 지방하천이 9492㎞로 약 15배에 달했다. 제방 신설 필요 구간 역시 국가하천은 약 220㎞지만 지방하천은 7000여㎞로 33배 이상 많았다.

 

최근 7년간 발생한 수해도 국가하천 239건, 지방하천 3834건으로 지방하천에서 약 16배 많은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가 관리하는 큰 하천의 제방과 유역 정비는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최근의 극한호우 피해는 산지와 마을을 통과하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쏟아진 빗물이 직강화된 수로를 타고 내려오면서 하천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고, 결국 제방 붕괴와 마을 침수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 장관도 지방하천 관리의 구조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존 지방하천 지원 예산이 지방 자율계정으로 넘어가면서 국가가 책임 있게 해야 할 영역까지 지방에 맡겨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방정부는 당장 주민들에게 보이는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다 보니 하천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가하천과 연결된 지방하천이나 지방정부의 여력만으로 정비하기 어려운 하천은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재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거제·통영지역 폭우 피해와 과거 예천·안동지역 재해를 언급하며 올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도 나왔다. 소관이 국가인지 지방인지 따지기 전에 지방하천과 소하천을 긴급 점검하고 추가 호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간 물 관리 예산의 실집행 부진은 하천재해대책비에만 그치지 않았다. 스마트하수도 관리체계 구축 사업도 현장 집행이 부진했다. 스마트하수관로 사업의 지자체 예산현액 479억2400만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220억8100만원으로 실집행률이 46.1%에 그쳤다.

 

정부 예산이 교부된 이후 지자체 현장에서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산 심사에서는 물 관련 사업의 부적절한 예산 관리도 지적됐다.

 

국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따르면 수질오염 통합방제센터 구축 과정에서 한국환경공단이 기후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일부를 반납하지 않고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월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계약기간 연장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문제도 확인됐다.

 

물산업클러스터 운영 사업은 일부 기업에 국고보조금 지원이 집중돼 예산 배분의 형평성과 집행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댐 비상대처계획도 법정 재검토 기한을 지키지 못해 기후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관리 강화가 요구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무공해차와 충전 인프라 사업의 대규모 불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체 불용액 1조504억원 가운데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8293억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의 불용액이 3367억3000만원, 무공해차 보급사업이 3061억4600만원으로 두 사업에서만 모두 6428억7600만원이 불용 처리됐다.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추경에서 630억원을 감액한 뒤에도 예산현액 8654억8900만원 가운데 5287억5900만원만 집행돼 집행률이 61.1%에 그쳤다. 무공해차 보급사업 역시 추경에서 3622억5000만원을 감액했지만 집행률은 83.9%에 머물렀다.

 

수소충전소 사업은 지역에 따라 집행률이 100%이거나 0%로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고속도로 휴게소 이외 지역에서는 충전사업의 수익성이 낮고,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매칭 의지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갈린다는 현장의 문제도 제기됐다.

 

어린이 통학용 전기버스 보급 역시 목표 290대 가운데 156대에 그쳐 집행률이 53.8%에 머물렀다. 차량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 충전시설 확보의 어려움, 전기차 화재에 대한 학부모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장관은 올해 전기차 구매가 이미 지난해 보급 규모를 넘어섰다며 법인차와 택시를 포함한 추가 보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비 부족으로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방정부의 매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전력망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곽상언 의원은 지역별 발전량과 소비량만으로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가 실제 그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지산지소’를 지역별 요금제의 근거로 삼으려면 현지 소비 비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송전망 병목 문제도 제기됐다.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이 부족하고 봄·가을에는 전력수요까지 감소하면서 출력제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중단하고 가스발전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활용하되, 에너지저장장치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전원을 확충해 두 발전원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 달성률은 2024년 69.2%에서 2025년 66.2%로 낮아졌으며, 같은 기간 민간사업장의 목표 달성률 84.9%보다 크게 낮았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 사업도 편성액 45억원 가운데 28억3000만원만 집행돼 집행률이 62.9%에 그쳤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공공기관은 267곳으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대책을 다시 세우겠다”며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이 다소 형식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결산 현황과 관련 통계를 묻는 의원 질의에 장관과 기획조정실장이 즉시 답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서면 답변으로 돌리는 장면도 나왔다. 처음으로 에너지 분야까지 포함해 진행된 기후부 결산 심사였지만, 핵심 사업의 불용 원인과 성과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소영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자원 절약과 폐기물 감량 정책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두꺼운 제본 자료를 반복적으로 배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석에 설치된 노트북을 활용해 불필요한 인쇄물을 줄이고 기노위부터 종이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날 결산 심사는 22조원이 넘는 기후부 재정의 외형보다 실제 현장에 도달한 예산과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되묻는 자리였다. 특히 기후재난 피해가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관리 주체와 재정 권한을 분리해 놓은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향후 물 관리 예산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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