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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후부 업무보고서 지역균형발전·산업용수·전력망 대책 집중 점검

-AI·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전력·용수 넘어 ‘비용 부담 원칙’ 세워야
-데이터센터 전기요금과 기업의 기반시설 비용 부담도 핵심 쟁점 부상

 

[환경포커스=국회]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 성장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용수를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특히 첨단산업이 요구하는 대규모 전력망과 용수공급시설의 건설비용을 기업과 국민 가운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 발전소와 송전선로·댐 건설에 따른 지역의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는 지역균형발전과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산업용수, 재생에너지와 원전, AI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기업의 전력수요 검증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정부가 반도체와 AI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데 대해서는 여야 모두 대체로 공감했다. 그러나 기업이 요구한 전력과 용수 수요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뒤 발전소와 송전망, 댐과 관로를 확충하는 현재의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메가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박지혜 의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가 새로운 전력과 용수 수요를 창출하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합리적인 공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은 여야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전력·용수계획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발표됐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균형발전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적기에 들어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각자의 지역이 보유한 전력과 용수, 산업입지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전력이 풍부한 지역은 발전량과 전력자립도를 강조했고, 댐과 하천을 보유한 지역은 용수공급 능력을 내세웠다.

 

이는 메가프로젝트가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전환할 기회라는 기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드러냈다.

 

정부가 정치적 고려와 지역별 요구에 따라 사업지를 결정한다는 논란을 피하려면 전력자립도와 용수 확보 가능성, 전력망 접속 여건, 재생에너지 잠재량, 환경 영향과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한 입지 기준을 먼저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발전소와 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지역에 또 다른 부담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산업 유치에 따른 고용과 세수 등 이익은 기업과 특정 지역이 가져가면서 송전선로와 용수공급시설의 부담만 주변 지역에 남기는 구조라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호남 반도체 성공, 농업용수 대책까지 함께 마련해야

 

박수민 의원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전력과 용수공급에 달렸다며 기존의 댐과 저수지, 하천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동복댐 증고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농업용수의 대체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농업용수의 일부를 공업용수로 전환할 경우 농민과 농업단체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농업용수를 공업용수로 돌리는 계획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부족해질 수 있는 농업용수를 어디에서 보충할 것인지 정부가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호의 물을 반도체 산업에 공급하고 농업용수는 영산강 하구 등의 물로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취수 지점과 관로, 수질관리, 계절별 공급 가능량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영산강의 기존 보와 하천 수질을 함께 관리해야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며 댐과 저수지, 하천과 보를 하나의 수자원 체계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첨단산업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활용하려면 농업 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산업용수 확보계획과 농업용수 대체계획이 동시에 마련돼야 하며, 가뭄이 심해질 경우 생활·공업·농업용수 가운데 어느 분야에 우선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필요하다.

 

공급 확대보다 먼저 따져야 할 ‘용수 재활용률’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량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에 하루 약 60만 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하루 약 150만 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기업이 제출한 수요를 토대로 산정된 만큼 공장 내부의 물 재활용률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왕진 의원은 해외 반도체 공장들이 높은 수준의 용수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용수 재활용률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는 공급받은 물의 절반가량을 다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장별 재활용률과 실제 신규 취수량, 재활용수를 포함한 총사용량이 명확히 구분돼 공개되지는 않았다.

 

반도체 공장 안에서 물을 한 번 사용한 뒤 얼마나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지에 따라 신규 취수량은 크게 달라진다. 용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면 댐 증고와 신규 관로 건설, 농업용수 전환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신규 수원을 먼저 개발한 뒤 재활용률을 높이는 순서가 아니라 기업별 용수 재활용 실태를 조사하고 최대한의 절감 목표를 설정한 다음 부족한 양만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역시 안정적인 수질 확보와 공급단가, 공장까지의 관로 건설비용, 가뭄 시 공급 가능량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재이용수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하는 수질까지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처리기술과 에너지 소비량도 고려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이념보다 공급 안정성과 비용으로 판단해야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원을 둘러싸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역할도 논쟁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조기에 달성하고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여부는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박수민 의원은 반도체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기저전력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며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한 추가 원전과 LNG 열병합발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호남에서 가동 중인 한빛원전과 앞으로 확대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고려하면 계획된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논의가 어느 한쪽의 선택으로만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원전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발전 과정의 탄소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설기간과 비용, 사용후핵연료, 사고 위험과 지역 수용성 문제를 안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연료비가 들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출력 변동성과 발전지역 편중, 송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보완할 ESS와 양수발전에도 상당한 비용과 입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발전원의 선택 기준은 진영이나 구호가 아니라 공급 안정성, 탄소배출량, 발전단가, 계통 비용, 건설기간과 환경 영향이어야 한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에는 지역의 발전 여건과 계통 수용능력을 고려한 전원 조합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100GW, 전력망 없으면 그림의 떡”

 

김소희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 목표의 현실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와 앞으로 추가해야 할 물량을 고려하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대규모 설비를 새로 설치해야 하지만, 정작 이를 받아줄 전력계통 대책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거나 출력제어로 발전량을 줄인다면 설비용량 확대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ESS 구축비용 역시 국민 부담과 전기요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보고 과정에서는 김성환 장관이 이미 발표된 계통 대책이 있다고 답했으나, 김 의원이 확인한 결과 추가 대책은 준비 단계에 있고 오는 9월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장관이 자신 있게 답변한 뒤 실무진에게 확인하면 실제로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국회 답변의 정확성을 주문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얼마나 많이 설치할 것인지 못지않게 언제, 어느 지역의 계통에 연결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발전설비와 송전망, ESS 구축계획이 따로 움직이면 발전사업자는 접속 지연을 겪고 국민은 활용하지 못하는 설비의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국민 전기요금 오를 수 있나

 

AI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제와 전력 기반시설 비용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소영 의원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증가가 전력시장 가격과 가정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를 제시하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 비용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반도체와 AI 기업이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면서 추가 전력 생산비용과 송전망 건설비용을 국민의 전기요금이나 세금으로 충당해 달라고 한다면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제가 단순한 요금 할인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데이터센터에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되지만, 앞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기존 요금체계만으로는 전력 사용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새로운 요금 구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환 장관은 해외 사례와 기업의 부담 능력 등을 검토해 데이터센터로 인한 비용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요금체계를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용요금제의 방향과 원칙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요금을 낮춘다면 그 차액은 한전의 손실이나 다른 전기 사용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전이 당장은 비용을 떠안더라도 부채로 계속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이나 재정 지원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AI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과 해당 기업의 기반시설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에는 실제 사용량뿐 아니라 추가 발전설비와 송전망, 예비전력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리적으로 부담시키는 원칙이 필요하다.

 

기업이 과도한 전력수요를 신청한 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유휴 설비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요금제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이 수요 결정하고 공급과 비용은 국가가 책임하나

 

정혜경 의원은 현재 전력정책이 기업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먼저 정하고 필요한 전력량을 제출하면 정부가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해 공급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기업이 요구하는 전력을 무한정 인정하고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비용을 국민에게 청구해서는 안 된다며 전력정책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제출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수요가 부풀려지거나 중복되지 않았는지 먼저 검증하고, 지역의 전력자립도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고려해 산업입지를 결정한 뒤 필요한 발전설비와 전력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수요 예측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정부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입지를 제한하고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수요를 지나치게 낮게 전망하면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지만, 기업이 제출한 수치를 검증하지 않고 모두 반영하면 불필요한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할 위험이 있다.

 

수요가 과대 산정될 경우 그 비용은 한전과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 수요보다 적게 전망하면 공장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 기업별 사업계획과 투자 확정 정도, 중복 신청 여부, 실제 가동률을 반영한 단계별 수요 검증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폐기물 관리와 조직 운영까지 짚은 김기현 의원

 

에너지와 메가프로젝트에 질의가 집중된 가운데 김기현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환경행정과 조직 운영 문제를 짚었다.

 

김 의원은 울산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폐기물 재활용 성토재로 인한 토양·수질오염 사례를 제시하며 장관과 차관은 물론 담당 부서 관계자도 현장을 찾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폐기물을 토양 등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해 성토재나 복토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기준대로 섞였는지를 검증할 관리체계가 사실상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부적정하게 처리된 폐기물의 원상복구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정부는 전국적인 실태조차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농경지에 폐기물 재활용 성토재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혼합 비율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후와 에너지 업무가 부처 정책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환경 현안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토양과 수질오염, 폐기물 관리처럼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문제는 현장 확인과 실태조사가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기후부 정원과 현원 통계가 잘못 작성됐고 담당자가 오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놓은 문제도 지적했다. 김 장관은 통계 작성 과정의 오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조직 운영을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기후대응댐 취소 절차 놓고 ‘허위 답변’ 공방

 

업무보고에서 가장 격한 공방은 지난 정부가 발표한 기후대응댐 후보지의 추진 중단 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이철규 의원은 정부가 2024년 7월 14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한 뒤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2025년 5월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반영해 고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정책을 변경하거나 사업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이미 법정 계획에 반영된 사업을 취소하려면 필요성과 경제성,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을 검토하고 그에 맞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장관이 지난 정부의 발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별도 절차 없이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며 이를 “사실과 다른 허위 답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답변이라면 국회와 국민 앞에 정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당시 후보지가 개별 댐 건설계획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며 표현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부분은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후보지에 대한 정밀 검토 결과를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수정 반영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공방의 본질은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정책을 곧바로 뒤집을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전 정부의 사업이라도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행정절차와 법정 계획 반영이 진행됐다면 변경 역시 객관적인 조사와 공개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댐 건설은 수몰과 이주, 생태계 훼손을 수반하지만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고 생활·공업용수를 확보하는 기능도 갖는다. 따라서 찬반의 정치적 입장보다 유역별 물 수요와 기후변화 전망, 경제성과 환경 영향, 주민 동의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회 업무보고에서 장관의 답변은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행위다. 담당 부서의 보고에 의존하더라도 사실관계가 불명확하면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해야 한다. 자신 있게 단정한 뒤 사실관계가 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 답변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차분한 진행 속에서도 드러난 정책의 빈틈

 

이날 회의에서는 장관 답변을 둘러싼 공방과 여러 차례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졌지만 김정호 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을 충분히 들으면서 답변과 추가 질의 기회를 비교적 부드럽고 차분하게 조정했다.

 

민감한 에너지·환경 정책과 지역 현안이 한꺼번에 제기된 첫 업무보고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임위원회가 정책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회의의 균형을 유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번 업무보고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계획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비용 부담과 주민 수용성에 대한 원칙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 성장을 이유로 기업이 제출한 수요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기반시설 비용을 국민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기업은 공장 내부의 에너지 효율과 용수 재활용률을 최대한 높이고, 추가 전력망과 용수공급시설 건설에 합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별 전력과 용수 여건을 바탕으로 산업입지를 유도하고, 발전소와 송전선로·댐을 감당하는 지역에는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선택 역시 어느 한쪽의 구호가 아니라 안정성, 탄소배출, 비용과 계통 여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메가프로젝트가 지역균형발전의 기회가 되려면 혜택과 부담을 함께 나누는 구조부터 세워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아야 할 답은 단순히 “전력과 용수를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얼마만큼의 수요가 실제 필요한지, 어떤 발전원과 수원을 활용할지, 기반시설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피해지역은 어떻게 보상할지를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질문들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대한민국이 AI·반도체 시대의 성장을 추진하면서 그 비용과 환경 부담을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 원칙을 분명히 세우지 못한다면 메가프로젝트는 지역균형발전의 기회가 아니라 전력과 물, 비용 부담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이 기사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의 주요 질의와 답변을 종합한 것으로, 보다 심층적인 내용은 환경포커스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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