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태안] 태안이 국내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시험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발전공기업,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이 손잡고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과 인력을 해상풍력 산업으로 연결하는 공동개발에 나서면서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대표 사례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7월 8일 서울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사인 뷔나에너지(Vena Energy),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쳐파트너스(CIP)와 태안해상풍력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충남 태안 서측 해상에 50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완공 이후에는 연간 약 3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태안화력 1호기가 지난해 말 폐지되면서 남게 된 송전계통을 해상풍력 발전에 활용하고, 발전소 내 소형 부두 역시 해상풍력 유지관리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설비 재활용을 넘어 에너지전환 비용을 낮추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상풍력은 발전단지 조성뿐 아니라 송전망과 항만시설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사업 경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까지 이어지는 정의로운 전환
이번 협약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서부발전과 서부발전 노동조합, 그리고 세계적인 해상풍력 기업인 CIP는 별도의 업무협약을 통해 석탄화력발전 종사자들의 해상풍력 분야 전환교육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2년 동안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기존 화력발전 인력이 해상풍력 산업에서도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발전소 폐지 이후 지역경제와 고용 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과제로 꼽혀왔다. 이번 사업은 발전설비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경제까지 함께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태안, 해상풍력 중심지로 성장
서부발전은 태안해상풍력을 시작으로 태안권역에서 총 1.4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 관련 산업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공기관이 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업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 해상풍력 개발 역량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정부 역시 이러한 모델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및 착공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산업 생태계 강화, 주민 체감 확대를 함께 이루겠다"며 "태안해상풍력은 석탄발전소 폐지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전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다시 짓는 일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발전원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발전소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기존 인프라를 다시 활용하며,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환의 핵심이다.
태안해상풍력 공동개발은 이러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석탄발전소의 송전망과 부두는 해상풍력의 기반시설로 다시 활용되고,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인력은 재교육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이처럼 기존 자산과 지역사회를 함께 살리는 에너지전환 모델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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