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관장 안연순)은 '주요 생물자원의 유전자 분석 연구' 사업을 통하여 우리나라 고라니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세계최초로 해독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라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가 최초로 해독되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에 등록되었다고 덧 붙였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한국 고라니와 중국 고라니의 소기관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두 집단 간에는 약 2%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고라니와 한국 고라니는 계통적으로는 동일한 종이나, 두 집단 간의 유전자 교류는 장기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유전적 분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국립생물자원관은 고라니의 핵 유전체 정보로부터 모계 및 부계를 판별할 수 있는 고라니의 특이적 유전자 마커 79종을 세계 최초로 개발 완료했다.
이번에 개발된 마이크로새틀라이트 마커를 사용하면 고라니의 가족간 관계 분석 및 근친교배율 등을 분석할 수 있어 고라니의 유전적 다양성 및 실질적 개체군 크기의 측정 등이 가능하다.
이번 마이크로새틀라이트 마커 개발에는 최근 개발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적용하였으며, 본 연구를 통해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보다 훨씬 적은 양의 시료로 빠르고 경제적으로 마이크로새틀라이트를 개발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대부분의 멸종위기생물종의 경우 유전자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시료의 양이 적고, 유전자 분석에 필요한 기초데이터가 극히 드물어, 기존에는 마이크로새틀라이트를 이용한 정밀한 유전자 다양성 분석이 불가능했다.
이번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개발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활용한 마이크로새틀라이트 개발 방법을 적용하면 정밀한 유전자 다양성 연구에 필수적인 마커 개발이 빠른 기간 내에 적은 예산으로 가능하다.
고라니는 전세계에서 중국의 일부 지역과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종으로 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수렵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위기동물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멸종될 확률이 높은 종으로 간주하여 취약종으로 고시하고 있다.
고라니는 사슴과(科) 고라니속(屬)에 속하는 동물로, 구릉, 초지, 습지 등 저지대에 서식하여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다. 암수 모두 뿔이 없어 다른 사슴과(科) 동물과 구별되며, 초식성으로 연한 잎을 좋아하여 나뭇가지의 연한 끝부분만을 먹는다. 12∼1월 교미하여 160일내지 18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6∼7월경 두 마리에서 여섯 마리, 평균 서너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감각이 매우 예민하여 주변의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다.
고라니는 특히 물을 좋아하여 저지대 습지로 이동하는 행동습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로드킬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2008년 67마리, 2009년 98마리, 2010년 60마리). 이는 도시화 및 서식지 단편화 현상에 의한 고라니 집단간 유전자 이동이 제한을 받고 있어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이 있어, 상세한 유전적 현황 파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마이크로새틀라이트를 이용하여 고라니 개체군의 유전적 특성 및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여 우리나라 고라니 관리에 대한 유전적 자료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며, “이와 동시에 자생생물종의 정확한 유전적 다양성 분석에 필수적인 마이크로새틀라이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신속하고 비용 효율적인 분석법은 향후 자생생물종의 멸종 가능성을 예측함과 더불어 생물자원 관리를 위한 과학적 정책 수립 및 집행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Mitochondrial DNA’에 게재될 예정이며, 12월에 뉴질랜드에서 개최되는 국제보전생물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